답답한 차안(此岸)에서 근심과 고통이 없는 피안(彼岸)으로 가 볼까요?

답답한 차안(此岸)에서 근심과 고통이 없는 피안(彼岸)으로 가 볼까요?

  • 기자명 김재봉
  • 입력 2018.09.07 18:08
  • 수정 2024.03.06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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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연못 따라 차안에서 피안으로 들어가 보자!국립춘천박물관 11월 25일까지 '창령사 터 오백 나한' 특별전시 열어

옛날이나 지금이나 현실의 세계는 늘 고달픔의 연속이었다. 민중은 고달픔이 연속의 굴레로 있는 현실의 세계에서 종종 피안의 세계로 넘어가기를 학수고대하며 살기도 했다.

창령사 터 오백 나한 <사진 더뉴스 김재봉 선임기자>

■차안에서 피안으로 가는 여행

차안(此岸: 현세를 가리키는 말)의 세계와 달리 피안(彼岸: 도피안(到彼岸)의 준말. 불교에서 말하는 이상세계. 싼스끄리뜨 파라(pāra)의 번역어. 강 저쪽 둔덕이라는 의미)의 세계에는 현실에서 양 어깨를 짓누르는 고통과 억압은 없을 것이란 희망을 품었다. 

국립춘천박물관이 야심작으로 준비한 ‘창령사 터 오백나한’ 특별전시는 차안에서 피안으로 들어가는 길을 만들었다. 특별전시실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가면 전시실 입구에는 일정한 간격의 작은 연못이 배치되어 있다. 마치 ‘이 물로 깨끗하게 씻고 차안의 고통을 잊고 피안으로 가자’고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작은 연못을 따라 오백나한이 있는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바라본 풍경은 어둡다. 그 속에 어떤 세상이 펼쳐지는지 쉽게 알 수 없다.

차안에서 피안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작은 연못이 배치되어 있다. <사진 김재봉 선임기자>

■피안에 들어와 나한이 되어 차안을 바라보기

오백나한이 밖을 바라보는 피안의 세계로 걸어 들어가면 먼저 흙으로 만들어 불에 구운 벽돌이 인간들의 발걸음을 맞이한다. ‘저 밖의 세상과 피안의 세상은 다르다’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붉은 벽돌은 설치작가인 김승영 작가의 손길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국립박물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작품이 틀림없다. 애써서 공들인 작품 위에 오백나한이 각자의 자리에서 차안에서 피안으로 들어오는 이들을 반기고 있다.

피안의 세상에서 나한을 밖에 있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사진 김재봉 선임기자>

위키백과를 살펴보면 나한(羅漢)은 일체번뇌를 끊고 깨달음을 얻어 중생의 공양에 응할 만한 자격을 지닌 불교의 성자를 가리킨다.

나한이란 범어 아라한(阿羅漢, Arhat)의 줄임말이며, 소승불교에서는 수행자가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단계에 있는 자라는 뜻이고 대승불교에서는 최고의 깨달음을 얻은 성자로서 석가에게서 불법을 지키고 대중을 구제하라는 임무를 받은 자를 말한다.

불가의 불제자 가운데 부처의 경지에 오른 16명의 뛰어난 제자를 ‘16나한’이라고 하며, 이들은 무량의 공덕과 신통력을 지니고 있어 열반에 들지 않고, 세속에 거주하면서 불법을 수호하는 존자(尊者)다. 부처가 열반한 뒤 제자 가섭이 부처의 설법을 정리하기 위해 소집한 회의 때 모였던 제자 500명을 ‘500나한’이라고 한다.

창령사 터에서 발견된 500나한은 바로 부처의 제자 가섭이 설법을 정리하기 위해 소집했을 때 모였던 제자 500명을 의미한다. 강원도 영월 창령사 터에서 발견되어 이름을 ‘창령사 터 오백나한’이라 지었다. 사람들은 “강원도에 이런 귀한 문화재가 있었다니?”라며 놀란다.

특히 나한은 인간의 소원을 성취시켜 준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신앙의 대상이 됐다. 중국의 당송(唐宋)시대에 유행했던 나한신앙은 삼국 후기부터 소개되어 고려시대에 크게 유행했다. 고려시대에서는 국가적인 행사로 나한재(羅漢齋)가 행해졌으며, 조선시대에 복을 주는 ‘복전(福田)’의 의미로 신앙되어져 서민들과 가장 친숙한 존재로 여겨졌다.

또한 나한은 그림이나 조각에서 종교성 색채가 짙은 불, 보살상과 달리 일정한 틀에 얽매이지 않고 만드는 이의 개성이 한껏 드러나도록 자유분방하게 표현되기도 했다. 그 수효도 16나한, 500나한, 1200나한 등 다양하며 그 모습을 규정한 것이 없기 때문에, 나한들은 우리 민족의 소박한 심성을 닮은 익살스런 얼굴 표정을 넘어 파격적인 모습으로 제작됐다. 나한 하나하나에는 우리들의 얼굴을 닮아 친근하다.

나한은 김승영 설치작가의 작품위에 각자의 모습으로 전시되어 있다. <사진 김재봉 선임기자>

■피안의 세계로 가기 전에 몸과 마음은 깨끗이

국립춘천박물관을 찾아 2층 특별전시실로 들어가면 나한을 앞에서만 보고 지나가지 않기를 권해보고 싶다. 스스로 나한이 되어 밖의 세상을 바라보면 차안에서 피안으로 들어오는 길목에 위치한 작은 연못이 보인다. 그리고 그곳에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들어오는 입구에서 보는 나한과 깊숙이 들어와 나한과 함께 바라보는 밖의 세상, 즉 차안의 세상을 보는 재미는 또 다르다.

신라 향가 ‘원왕생가’가 있다. “달아, 이제 / 서방(西方)까지 가셔서 / 무량수불(無量壽佛) 앞에 / 일러다가 사뢰소서. / 다짐(誓) 깊으신 존(尊)을 우러러 / 두 손을 모두워 / 원왕생(願往生) 원왕생(願往生) / 그리워하는 사람 있다고 사뢰소서. / 아아! 이 몸을 남겨 두고 / 사십팔대원(四十八大願)1)이루실까.” 나한과 함께 차안의 세상을 바라보며 자신만의 원왕생가를 불러보는 것도 또 다른 맛일 것이다.

서방정토의 사자로 상징되는 달님에게 서방정토까지 가지 말고 여기 무량수불 앞에서 왕생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고 아뢰어 달라고 간청하는 노래다. 원왕생가의 작가는 아미타불에 아뢰고 있지만, 아미타불 보다 우리네 옆에서 평범하게 볼 수 있는 나한이 더 정겹지 않을까?

국립춘천박물관 야경

■넉넉한 자연으로 쉼터를 제공하는 국립춘천박물관

주말을 이용해 국립춘천박물관을 찾아 ‘창령사 터 오백나한’ 특별전시도 관람하고, 주변 경관이 수려한 국립춘천박물관에서 아이들과 소풍을 즐기는 것도 꽤 유익한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매 주말마다 어린이들을 위해 상영되는 영화감상은 무료서비스다.

또한 국립춘천박물관은 지난 8월 28일부터 11월 25일까지 ‘창령사 터 오백나한’ 특별전시를 열면서 연계 교육프로그램까지 풍성하게 준비하고 있다. 이미 지난 8월 30일 전 국립춘천박물관장이며 지금은 중앙박물관 연구기획부장으로 있는 최선주 부장의 ‘창령사 터 오백 나한’이란 강좌가 열렸고, 오는 9월 27일에는 숙명여대 정병삼 역사문화학과 교수의 ‘한국의 나한 신앙’이란 강좌도 열린다. 또 10월 1일에는 “당신은 당신으로부터 자유스럽습니까?”란 주제로 김승영 작가의 인도로 현장 참여 프로그램이 준비 중이다.

이 외에도 명상과 힐링을 주제로 하는 프로그램과 어린이들을 위한 특별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2층 특별전시실을 들어갈 때 차안의 세계에서 피안의 세계로 걸어 들어가기를 권유하며, 제일먼저 걷는 이의 발을 맞이하는 붉은 벽돌을 바라보고, 거기에 쓰여 있는 글귀를 하나하나 마음속에 담아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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